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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사 최초의 스턴트맨이자 ‘날으는 배우’, 원로 액션 배우 김영인 별세
[부고 및 생애 요약]
60여 년간 한국 액션 영화와 드라마의 기틀을 닦아온 원로 배우 김영인(金營仁) 씨가 2026년 1월 4일 오전, 향년 82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스턴트맨으로 평가받는 고인은 약 5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액션 연기의 정수를 보여주었습니다. '5인의 해병'에서 대역으로 시작해 '무풍지대'의 김두한 역에 이르기까지, 고인은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한국 영화계에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한국 영화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시절, 그 중심에는 언제나 몸으로 쓴 역사가 있었습니다. 원로 배우 김영인은 화려한 주연은 아니었을지라도, 가장 위험하고 치열한 현장을 지켜온 한국 액션 영화의 살아있는 증인이었습니다. 그의 별세는 단순한 한 배우의 죽음을 넘어, 충무로 황금기를 지탱했던 스턴트 1세대의 고귀한 시대정신이 저물었음을 의미합니다.
1. '날으는 배우'의 탄생: 무술 학도에서 충무로의 구세주로
1943년 양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학창 시절부터 하키, 럭비, 권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한 만능 스포츠맨이었습니다. 한양대 사학과 재학 시절 무술에 심취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영화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1961년 김기덕 감독의 '5인의 해병'에서 주인공들의 고난도 액션을 대역하며 '날으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었습니다. 이는 한국 영화 역사상 거의 최초의 전문화된 스턴트 활동으로 기록되며, 후대 무술 감독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었습니다.
2. 500여 편의 기록: 한국 액션 영화의 파노라마
고인의 필모그래피는 곧 한국 액션 영화의 발전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1966년 '불타는 청춘'으로 공식 데뷔한 이후 '실록 김두한', '동백꽃 신사' 등을 거쳐 2000년대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 '주먹이 운다'에 이르기까지 약 500편에 달하는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그는 출연에 그치지 않고 청룽(성룡), 이대근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에게 액션 안무를 지도하며 무술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3. 류승완이 경탄한 '시공간을 초월한 액션'
한국 액션 영화의 거장 류승완 감독은 고인을 향해 남다른 경외심을 표해왔습니다. 류 감독은 자신의 저서에서 '오사까 대부'에서의 김영인과 이대근의 대결 장면을 언급하며 "정말 근사했고, 끝까지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러한 거장의 찬사는 고인이 단역과 조연이라는 위치에 머물렀음에도 불구하고, 화면을 압도하는 장인 정신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배우였음을 증명합니다.
4. "으아아악!" 속에 담긴 단역 배우의 애환과 열정
고인은 생전 한국영상자료원 구술을 통해 단역 배우들의 절실함을 유머러스하면서도 뭉클하게 회상했습니다. "쓰러져서 바로 죽어야 하는데, 한 컷이라도 더 나오려고 풀을 다 뽑으며 일어나다 죽었다"는 일화는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도 연기 혼을 불태웠던 무명 배우들의 대변자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제43회 대종상영화제에서 특별연기상을 수상하며 그 공로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5. 영원한 김두한으로 남은 마지막 길
스크린을 넘어 안방극장에서도 고인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1989년 KBS 드라마 '무풍지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으며, 한국영화배우협회 상임이사를 역임하며 후배들의 권익 보호에도 앞장섰습니다. 이제 고인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오는 6일 발인을 통해 영면에 들어갑니다. 육체는 떠나지만, 그가 온몸으로 던졌던 수많은 장면은 한국 액션 영화의 고전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