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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오류와 현장 부실의 비극: 광명 신안산선 터널 붕괴 '총체적 인재' 판명
2026년 4월 2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작년 4월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터널 붕괴 사고가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의 부실이 겹친 '인재'라고 발표했다.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3m 간격 기둥을 '통벽체'로 오인한 설계 오류로 하중을 2.5배 과소 산정한 것이었으며, 시공 과정에서의 단층대 미인지와 안전관리 계획 미준수 등이 붕괴를 가속화했다. 국토부는 책임 업체들에 대해 영업정지와 형사 처벌 등 엄중한 문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1. 설계의 치명적 오류: 기둥을 벽체로 계산한 '2.5배의 착오'
사고의 근본 원인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잠재되어 있었다. 사조위 조사 결과, 투아치(2-arch) 터널의 핵심 지지 구조물인 중앙 기둥 설계 시 치명적인 계산 실수가 발견되었다.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떨어져 설치되어야 할 독립 기둥을 마치 하나로 이어진 통벽체인 것처럼 가정하여 하중을 계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중앙 기둥이 견뎌야 할 하중은 실제보다 약 2.5배 과소 산정되었고, 기둥의 길이 또한 실제보다 훨씬 짧게 입력되어 구조적 안전성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에서 착공이 이루어졌다.
2. 무너진 검증 시스템: 설계 감리와 시공사의 방치
잘못된 설계가 현장에 그대로 적용된 것은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설계 감리 업체들은 이 기본적인 계산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으며,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서희건설 역시 착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2024년 9월, 현장 여건에 맞춰 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 변경을 단행하면서도 중앙 기둥의 구조적 취약성을 재검토하지 않은 채 기존의 잘못된 제원을 그대로 유지한 점은 뼈아픈 실책으로 지적되었다.
3. 지반 조사 실패와 단층대 미인지: 인재를 키운 현장 관리
지하시설물 공사에서 가장 중요한 지반 조사 역시 부실했다. 사고 구간 내에 존재하던 단층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고, 굴착 과정에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규정상 기술인이 막장(굴착면)을 직접 확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업에서는 사진 관찰로 대체하거나 자격이 미달하는 인력이 관찰을 수행하는 등 현장 관리 체계가 무너져 있었다. 이러한 현장의 안일함은 지반 약화라는 외부 요인을 설계 부실이라는 내부 요인과 결합시켜 대형 참사로 이어지게 했다.
4. 전조 증상을 가린 부직포: 안전 점검의 사각지대
터널이 붕괴하기 전, 중앙 기둥은 균열이나 변형을 통해 위험 신호를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공사는 중앙 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버려 콘크리트 파괴의 전조 증상을 육안으로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다. 또한, 구조적 안전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시공 순서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좌·우측 터널의 굴착 깊이 차이를 규정보다 최대 16m 초과하여 시공하는 등 공기 단축과 편의를 위한 무리한 시공이 반복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5. 엄중한 문책과 제도 개선: 영업정지 및 형사 처벌 추진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책임이 있는 설계사, 건설사, 감리사에 대해 최고 수위의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하고,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조사 결과를 공유해 형사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설계 및 시공 중 지반 조사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중앙 기둥과 같은 핵심 부재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을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조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안전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을 약속했으나,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